눈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10시간 정도 지났다. 오늘의 이동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 무리 없는 선에서 전날 숙소를 최대한 동쪽으로 잡았다. 미국 시간으로 2020년 1월 25일이었다. 전날 사둔 간단한 아침 식사거리를 먹고, 오전 10시 출발했다. 겨울이지만 반팔을 입고 돌아다닐만한 날씨였다. LA는 한겨울에도 이런 날씨구나. LA의 중심을 뚫고 동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약 두시간 쯤 달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입구에 있는 피자집에 도착했다. 별 기대 없이 먹었지만, 정말 맛있는 피자였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오늘의 여행을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변의 카페를 찾아 차를 타고 조금 이동했다. 오늘은 왜 이리 운이 좋은지, 깔끔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맛좋은 커피를 뽑아갈 수 있었다. 커피콩이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공정을 파악할 수 있는 카페였다.
인생의 첫 미국 국립공원에 입장했다. 차를 타고 입장하는데, 차량 한 대당 30달러였다. 사막이지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사막이라는 공간이 아닌, 눈을 홀리는 사막이었다. 팜스프링스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다르게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헐리웃의 유명 영화배우들이 휴양지로 팜스프링스를 선택한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국립공원에 들어오고나서 200% 공감하게 되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웅장한 느낌과 기분 좋을만한 적당한 햇빛과 기온.
조슈아트리는 팔벌린 예수와 모양이 비슷하여, 조슈아 (여호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키가 사람만한 나무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큰 나무도 있었다. 모든 곳이 포토 스팟이었다. 멋있고 사진 찍기 좋아보이면, 차를 세우고 내려 구경 후 사진을 찍었다. 다시 차에 타고 5분 가면, 또 차를 세우고 구경했다.
중간중간 간단히 산책하기 좋은 트레일로드도 많다. 우리는 키스뷰 (Keys view)로 가는 길에 히든 밸리 네이쳐 트레일 트레일헤드 (Hidden Valley Nature Trail Trailhead)에 들러 30분정도 걷기도 했다. 그동안은 한적한 사막이었는데, 포인트에 오니 사람이 꽤나 많았다. 중간중간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얼마 안 가 있는 키스뷰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꽤 넓었지만, 만차일만큼 사람이 많았다. 몇바퀴 차를 돌리다가 우연히 자리가 생겨 주차 후 뷰를 보러 갔다. 아주 조금만 올라가면 뷰포인트가 나온다. 많은 연인들, 가족들이 뷰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지만, 맑은 공기로 인해 시야가 좋았고, 건물이 없다보니 환상적이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멍때리고, 셀카도 찍고, 걸어다녔다. 그러다가 점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어두워진 것이 느껴졌다. 한나절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 보낸 것이다.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구경하다보니 한나절이 지났다.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얼른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나가는 길에 코튼우드 비지터 센터가 있어서 화장실도 들를 겸, 밤하늘도 구경할 겸 잠시 주차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비지터 센터가 곳곳에 있는데, 지도도 있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포인트로 삼기 좋다. 내려서 하늘을 보니 깜깜했다. 내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잘 찍히지 않았지만, 동료의 카메라로는 환상적인 밤하늘이 찍혔다. 인공 빛이 많은 곳에서는 보기 힘든 별하늘이었다.
이제 진짜 나가야했다. 더 보고싶기도 했지만, 충분히 본거 같기도 했다. 이제 배도 많이 고팠다. 팜스프링스의 숙소로 이동하며 파이브가이즈에 들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도 좋아한다는 햄버거였기에 많이 기대했다. 사진이 없어 보여줄 수 없는 상태지만, 생김새부터 맛까지 인생 최고의 햄버거였다. 패티의 육향과 치즈의 풍미까지, 내가 먹어본 햄버거 중 제일 맛있었다. 최근 한국에 입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방문해보지 않았다. 4년 전의 파이브가이즈에 대한 기억이 망가질까봐서다.
월마트에 들러 음료와 간식거리를 사고 숙소로 이동했다. 1층짜리 건물로 구성된 숙소였고, ㄷ자 형태였다. 가운데에는 앉아서 맥주한잔 할 수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낭만 넘치는 숙소였지만, 잠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가 들어가서 바로 수면에 취했다. 내 인생 최초의 미국 국립공원을 경험한 그 뿌듯함 속에서 잠에 들었다. 2026년에 계획한 미국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서 방문하기 힘들겠지만, 또 갈, 또 다시 가야만 하는 곳이다.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앞 피자 전문점 (휴업): https://maps.app.goo.gl/iv2QLbLKg6XRpnu97
-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앞 카페: https://maps.app.goo.gl/L1cE38BCUE7HNirh7
- 팜스프링스 파이브가이즈: https://maps.app.goo.gl/8DQPn3eSyG7B5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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