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찍진 못했지만 후지산을 먼저 경험해보고 공부해본 사람으로서, 내 생각을 잘 정리하여 후지산을 가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생긴 의견이며, 내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다소 치우친 생각일 수 있음을 이해바란다. 의견을 짧고 굵게 표현하자면, 다시는 후지산에 가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좋은 여행이기도 했지만, 여러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게 와닿았다. 부정적인 면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교통편이었다. 전체적인 버스 교통편은 모두 실망스러웠다. 모든 버스는 좌석제가 아니었고, 티켓을 샀어도 줄이 길어서 탈 수 있을지 여부 확인도 어려웠다. 50명 이상이 이미 줄을 섰음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지 않으면 버스는 문을 열지 않는다. 외국인이 많음에도, 모든 안내는 일본어로만 나온다. 영어로 질문해도, "아이 캔트 언더스탠드 유"라는 말로만 대답이 돌아온다. 뭐 이 정도였으면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교통편이다. 하지만 일본의 버스는 절대 타기 싫어지는 사건을 경험했다. 후지노미야5합목에서 후지노미야 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18시 버스였지만, 나와 아버지는 일찍 하산했기 때문에 16시정도 됐었다. 이미 정류장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우리는 10번째 정도의 순서에 자리했다. 제일 앞에는 한국인 부부, 그 다음에는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 세 명이 서 있고 바닥에 두 개 정도의 배낭이 놓여있었다. 그 다음에는 중국인 세 명, 그리고 우리였다. 하지만 버스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앞에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남아인 자리에 있던 가방이 번식을 했는지, 5개, 7개, 10개, 마지막에는 약 30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내 앞에 있던 중국인들도 불만을 가진 눈빛을 보였다. 나는 관리인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관리인에게 차분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관리인의 생각은 다르더라. 일행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으므로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그 당시에는 관리인과 동남아인들 모두 내 분노의 대상이었지만,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시스템의 문제다. 티켓을 구매할 때 미리 좌석을 지정한다거나, 사람 수 대로 팔면 애초에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애초에 16시부터 땡볕에서 짐을 두고 짐을 지켜야하는 일이 없다. 이 버스 뿐 아니라, 공항에서 시즈오카 역까지 이동하는 버스, 후지노미야 역에서 5합목까지 가는 버스 모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이런 식으로 잡아먹었다.
두번째는 쉴 공간 부족이었다. 5합목부터 6합목, 신7합목, 원조7합목, 8합목, 9합목까지 모두 쉴 공간이 부족하다. 물론 내가 등산한 날이 일본의 연휴기간이었고 특히나 "산의 날"이라는 공휴일과 겹쳤기에 사람이 많아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간을 봤을 때, 사람이 적어도 쉴 공간은 부족하다. 각 합목 건물 안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관리인만이 그 안에 있다. 그 주변에는 합목 건물 외에 아무 것도 없다. 300엔 내고 들어가는 유료 화장실과 작은 벤치 뿐이다. 사람들은 바위에 앉아 햇빛을 맞으면서 쉰다. 한국에는 3,000미터 넘는 산이 없어서 장담할 수 없지만, 아마 있었다면 올라가는 길마다 휴식공간과 식수대가 있었을 것이다.
세번째는 지방이라는 점이다. 숙소는 후지노미야 역 바로 앞이었는데, 하산 후 숙소에서 짐 정리를 하고나니 주변에 문을 닫지 않은 식당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아버지의 컨디션에 맞는 따뜻한 국물, 우동 전문점이 영업 중이었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관광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굿즈를 다양하게 구경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기념품 샵에 들어가면 모두 도쿄나 일본을 표현하는 굿즈들만 보였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낭만 가득한 작은 공항.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일본의 시골 뷰. 한국에는 없는 해발 3,800미터에서의 뷰. 이미 경험한 사람이기에 부정적인 것만을 더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모레 칠순인 아버지와 함께 갔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에 더 분노를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후지산을 가고싶다고 한다면, 꼭 가라고 할 것이다. 갑자기 개똥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가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경험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추천하자면, 후지노미야 루트도 나름 추천하고, 이 불편함을 겪기 싫다면 도쿄를 통해 요시다 루트를 통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추천할만큼 매력적이었다. 안 좋은 소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자세히 써두었지만,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두번 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내 조카가 성인이 되어 같이 가자고 하면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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